지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렵고 전문적인 지식을 떠올린다. 보통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일하고 돈을
벌기 때문에 깊고 전문적인 지식은 직업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사람들 과의 대화와 같은 우리 일상에서는
다른 성격의 지식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성격의 넓고 얕은 지식을 교양이라고 한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전문적인 지식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시간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상을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즉 교양 역시 매우 중요해졌다. 이 책은 지식은 어렵고 전문적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에 관한 관심을
키워주고 스스로 더 찾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시간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이 책 초반부에 제시된다. 첫 번째 관점은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로 흐른다는 직선적 시간관이고, 다른 관점은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순환한다는 원형적 시간관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관점 중에서 원형적 시간관보다 직선적 시간관이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와
같은 현실을 더 직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직선적 시간관을 바탕으로 책을 기술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개념을 시간순으로 쉽게 정리하고 사건 간의 인과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책의 내용을 명료하고 확실하게 전달하고 있다.
위에 언급한 장점들만으로도
충분히 이 책은 좋은 책이지만, 아쉬운 점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우선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중 그 어느 것도 간단히 설명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분야들이다. 그러나 이
책의 특성상 이런 어렵고 깊은 분야를 단 한 권에 모두 담아야 한다. 그렇기에 내용의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고 저자의 논리와 주관이 사실인 것처럼 기술되어 있다. 독자들이 스스로 더 내용을 찾아보지
않는 한 생각이 저자의 사고 울타리에 갇히기 쉽다. 저자도 그 부분을 우려하여 독자들이 더 생각하고
찾아보길 권하고 있지만, 교양을 간단히 얻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한 현대인이 그 정도까지 할지는 의문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의 생각이 드러나 있는데, 특히 정치 분야에서는 저자의 주관이 기저에 깔렸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저자는 경제체제에 대한 선택을 정치라고 정의한다. 그에 따른 입장을
구분하며 보수와 진보 개념을 설명한다. 시민은 자본가와 노동자로 구분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 수정 자본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있고 이 경제체제는 세금과 복지의 비율로 구분할
수 있다. 시민이 경제체제를 선택할 때 다양한 선택이 있을 수 있는데 저자는 그 중에서 노동자가 신자유주의를
선택하는 것을 어리석다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에 반해가면서도 보수화되어가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한다. 그리고 노동자는 진보의 정치를 택하는 것이 옳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자본가이기보다는 노동자 쪽에 가까울 것이다. 독자들이
읽기에 이 부분은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이라기 보다는 저자에 의해 손질된 교양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우려스러운
점은 대다수의 독자는 아무런 자기 사고 없이 이러한 손질되고 주관이 담긴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사고인 것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본연의 목적은 훌륭히 달성했다. 많은
독자에게 교양에 관한 관심을 키워주었고 정말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일부
중립에서 벗어난 내용도 있었지만, 이 책이 정말 잘 활용할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