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삼 형제인 드미트리, 이반 그리고 알렉세이 (알료샤)를 주인공으로 한다. 첫째는 나머지 형제들과 배다른 형제인데, 아버지인 표도르의 두 부인은 각각 도망가거나 죽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부모 자식의 관계가 행복을 주지 못하는 역기능 가족의 모습을 띠고 있으며, 그것이 초래하는 결과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의 우울했던 러시아의 시대적 배경을 잘 담아내기도 했다. 가정에서 힘을 얻고, 사랑 받으며 자랐어야 할 아이들이, 방탕한 생활과 음주를 일삼고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다행히도 키워주는 사람은 따로 있었지만- 자라면서 그 영향을 받는다. 그 영향이란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인데 특히, 28살로 등장하는 큰 아들은 가장 오랜 세월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보고 유산분배 등으로 갈등을 겪으며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가장 크다. 신부님을 앞에두고 큰 소리로 싸우기도 한다. 이 두 사람은 심지어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싸우기도 한다! 어느 날 밤 드미트리가 도주하며 정신없던 찰나, 아버지가 죽는 사건이 있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그의 사생아이자 집의 요리사로 지내던 스메르쟈코프로 책에서는 독자들에게는 드러난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평소 드미트리의 성품이 올바르지 않고,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인들과 편지까지 공개되면서 그는 20년 형을 선고받는다. 온갖 풍파를 다 겪은 것도 모자라 이 가족의 아버지는 죽고 큰 아들은 감옥에 갇히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24살인 이반은 세상 모든 것을 불신하는 성격이다. 기독교에 비판적인 성격의 논문을 발표해 학술적으로는 굉장히 인정받으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진다. 형제들 중 가장 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다가도 형의 약혼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아버지를 죽인 것이 드미트리가 아니라 스메르쟈코프인 것을 알게 된 후, 재판에서 이를 입증하려고 애쓰지만 실패한다. 이후 형을 탈주시켜 미국으로 빼돌릴 계획을 세운다. 20살인 막내 알료샤는 성품이 고귀하고 연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정한 유년시기를 보내면서도 그를 사랑으로 양육해주는 좋은 어른인 장로님을 곁에 두었고, 단단한 내면을 가꾸게 되면서 훗날 수도사가 되기를 꿈꾼다. 아버지도, 큰 아들도 막내 앞에서는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며 솔직해지는 모습, 사랑과 인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불안한 양육자가 아이들을 어떻게 괴롭게 할 수 있는지, 그들의 유년기뿐만이 아닌 성인기까지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카라마조프가는 부자고, 대저택에 살며, 세 명의 하인을 부리고 있는 명망가이다. 표도르의 살인사건이 러시아 전역의 신문에 등장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런 집에서 살기 때문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가족이란 혈연으로 맺어진, 재산권을 공유하는 공동체인가? 이 책은 가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준다. 삼형제 중 가장 건강하게 큰 알료샤는 종교의 힘도 있었겠지만,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고 신뢰해주는 장로님이 계셨다. 한 번이라도 지지와 사랑을 경험해본 것이 자산이 되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을 학원으로 보내고,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적고, 유대관계가 약해지는 가족들을 보면서 어떻게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