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란 우주를 뜻하는 말이다. 지구과학을 공부하고 온 나는 코스모스라는 제목에 끌려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두께에 겁을 먹고는 쉽게 책을 펴지 못하였다. 언젠가 한번 읽어봐야지 하면서 미루던 중에 재료물리화학 황동목 교수님께서 이 책을 간단하게 소개하신 적이 있었다. 학창시절에 시골에 사셨는데 코스모스 책을 손에 끼고 사셨다고, 여러분들도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묵혀뒀던 코스모스를 꺼냈고 이 참에 한번 제대로 읽어보기로 마음먹고 독서를 시작했다.
이 책은 코넬 대학교에서 강의하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방송국과 동료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같이 발간하게 된 책이다. 크게 13 챕터가 있는데 각각의 챕터별로 지구의 역사, 우주의 역사, 자연과학의 원리, 항성의 위치, 탐사의 역사 등등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이 다 수록되어있다. 그도 그럴것이 TV 다큐프로그램과 함께 써진 책이기 때문에 흥미를 끌만한 내용들, 광활한 우주의 크기나 오래된 별들의 역사를 단순히 수치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써가면서 설명을 하기 때문에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하였다.
책을 다 읽으면서 우주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신비에 몇번이고 감탄을 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생명의 기원을 다룬 2장과 별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9장, 인류의 존재를 성찰하는 13장이었다.
2장은 생명의 기원을 다룬 챕터인데, 기원과 진화를 주로 다루고 있다.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인데 그로부터 9억년 후인 37억년전에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이 9억년의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된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나, 태양의 나이나 우주 전체로 비교해 본다면 아주 작은 시간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거의 지구가 생성되고 바로 생명체가 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주 전체의 시간으로 비교해 본다면 얼마 안되는 시간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생명의 기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스탠리 밀러라는 과학자가 뉴클레오타이드 몇가닥을 적절히 조절하여 짤막한 핵산들이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경우까지 실험을 해보았으나 그 누구도 원시 지구의 기체와 물을 시험관에 넣어 생명체를 창조해내진 못하였다. (본문 인용) 바이러스보다 작은 생명체인 바이로이드조차도 1만개 정도의 원자로 이루어져있다고 한다. 아마도 생명을 창조해내는 것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류가 행하고 있는 유전공학은 생명을 변형하는 것이지 창조는 아니기에, 생명의 위대함에 다시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9장은 별의 생성과 소멸을 다룬 챕터인데, 물질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인 쿼크부터 항성 단위의 크기도 다루고 있다. 무한소부터 무한대의 영역을 아우르고 있는데, 항성을 이루고 있는 구글 제곱의 수소 원자가 핵융합을 일으켜 질량 결손으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은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별은 그렇게 질량을 가진 원자들이 모이고 모여서 스스로 핵융합을 하며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수명을 보낸다. 그러다가 수소를 다 소진해갈때즘 급격히 팽창하는 초신성 단계를 거친 후 우주 공간에 더 무거운 원소를 뿌릴지, 다시 수축하여 블랙홀을 형성할지는 별의 질량에 따라 달렸다. 태양 질량의 5배 정도 되는 별은 수명이 다하면 더욱 수축하여 블랙홀을 형성하고 중력수축을 거듭하다가 스스로가 만든 공간속으로 사라져버린다. 그것이 진정한 별의 최후이다. 태양은 초신성 폭발을 한 후에 원소들을 뿌릴 것으로 예측 되는데, 그 원소들이 다시 모여 별을 만들고 행성을 만들고 계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별도 생명체와 같은 것 같다. 생성되고 소멸되고 분해되어 새로운 생명체를 위해 쓰이는 것. 또한 핵의 주변을 전자가 일정 궤도에서 회전하는 것처럼 태양 주위를 행성이 공전하는 모델도 매우 닮았다. 이부분에서 또 한번 경이로움을 느꼈다.
13장에서는 우리가 우주에 있는 극히, 극히 작은 존재임을 성찰하고 있다. 우리는 1조개의 별들을 거느린 1조개의 은하중에서 우리은하에 속해있는 태양에 있는 3번째 행성 지구에 살고있는 존재이다. 우주단위에서 보면 그렇게 작은 공간인 태양계도 인간은 다른 행성에 탐사선을 보내기 위해 수십년을 썼다. 우주에서 우리만 지능을 가진 생명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이유이다. 수없이 많은 행성들이 존재할 것이고 우리는 그저 우주라는 바다에 모래알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도 세상은 핵폭탄을 개발하고, 자원과 영토를 빼앗기 위해 죽고 죽이는 전쟁을 하고 있다. 핵폭탄의 위험이 얼마나 무서운지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멈출 줄을 모른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시야를 가져 우주에 호기심을 가진다면 이런 일을 덜 일어나지 않을까. 너무도 이상적인 생각이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이 책을 다 읽으면서 정말 경이롭고 신비롭다는 생각이 가장 지배적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자연의 법칙을 보고 있자면 차라리, 모든 섭리를 알고 있는 창조주가 있어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맘편할 정도로 세상은 아름답고 경이롭다.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해온 결과는 우주라는 바다에 발가락만 담군 것과 같을 뿐이라는 글쓴이의 말이 정말 와닿았다.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존재인 우주는 우리에게 거시적인 관점을 제공하여 우리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걱정과 위협들을 없애는 데에 도움을 준다. 교양으로라도 우주, 천문학에 대한 강의를 인문, 자연계 할 것 없이 다들 수강하였으면 좋겠다.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더 정독하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