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고 있을 때 나의 한 친구가 책 제목을 보고는 ‘정말 불안할 것 같다’고 했다. 페널티 킥을 앞에 둔 골키퍼는 정말 불안할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얼마나 명쾌한 제목인지 단박에 책이 담고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읽기 전에는 이 책이 약간은 유머스러울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페널티킥 뒤에는 홀로 자책하는 골키퍼는 그렇다 쳐도 반대쪽에는 환호가 따르기 마련이니까, 그러니까 비극적인 상황을 유머스럽게 해결하는 그런 소설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정말로 웃음기 없이 불안함의 극을 추구한다. 불안함속에서 시시각각 변해가는 전직 골키퍼 블로흐의 심리가 책의 줄거리이다.
블로흐는 책의 시작과 동시에 실직을 한다. 그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전직 골키퍼로 상관의 어떤 눈짓을 해고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작업장을 떠난다. 그대로 방황하게 된 블로흐는 정처 없이 떠돌다 영화관의 매표소 여직원을 만난다. 여자와 보냈던 하룻밤과, 대화 속에 존재하던 불쾌감, 아침에 뭐하냐는 간단한 질문에 블로흐는 여자를 픽하고 죽인다. 그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인다. 그리고 도망친다. 그는 실직했고, 아내와는 이혼했다. 따라서 정착할 필요 없이 도시를 떠난다. 그러나 수사망이 좁혀오자 그가 사건으로부터 상당히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을 느낀다.
그의 주변에 음침한 사건들은 항상 존재하고, 블로흐 또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대처한다. 벙어리 아동의 사고 소식과 시체를 발견한 일, 우연이지만 그의 주위를 배회하는 경찰과 세무관, 심지어는 사람들의 대화 속에 있는 단어들과, 평범하게 놓여있는 물건의 존재들마저 그를 자극한다. 블로흐는 때때로 다른 여자들을 유혹하기도, 다른 사람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며, 급기야는 다시 한 번 살인을 저지르려 한다.
이런 불안은 소설 속의 그의 시각에서 다양하게 드러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단어들을 하나하나 분리해서 듣기도 하고, 단어와 실체의 연결을 의심하며, 단어와 단어의 출현빈도를 미심쩍게 여긴다. 모든 물건들이 갑자기 생경하게 느껴지며, 물건의 위치와 존재 또한 그에게 욕지기를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의 행동은 무언가 음모가 담겨있는 듯이 보인다. 결국 그는 단어와 완전하게 분리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어떤 이미지를 통해 사고하기도 한다.
시시각각 신문엔 살인 사건이 떠오르는데, 점차 증거가 밝혀진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환경은 그에 대해 관심이 없고, 블로흐 자신 만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긴장되고 불안한 상황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찾는 곳은 경기장으로 마침 페널티 킥을 찰 준비를 하고 있는 공격수가 보인다. 그는 전직 골키퍼였기에 그 상황을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보는데, 대부분이 공격수를 본다면 그만은 오직 골키퍼의 불안함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골키퍼의 불안함, 사람들은 모두 골키퍼가 저지른 범행이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볼 것이다. 모두가 경찰이 수사하는 것을 살펴보고 한마디씩 할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불안한 상황에 놓인 골키퍼는 쳐다볼 수 없는 것이다.
골키퍼의 불안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그것은 바로 상관의 눈짓이다. 다소 모호한 어떤 행동을 지레짐작으로 해고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살인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해고를 명시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다면 블로흐는 실은 불안감을 진작부터 갖고 있었고, 상관의 눈짓은 행동을 가속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그의 불행은 그의 존재와 연결된다. 그의 존재, 그를 둘러싼 환경에 소외당하고 자유를 빼앗긴 그의 존재 자체가 불안의 원인이다. 그는 불안한 미래와 현재에 습관처럼 적응했을 뿐이고, 그것에 저항하지 못했다. 그는 이미 벌어진 사건들이 끝난 뒤에도 소외된 채 남아있을 골키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