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책의 제목부터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의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우연하게 인터넷에서 이 책의 한 페이지를 읽고 가슴에 와 닿아 책을 읽게 되었다.
표백이라는 이 책의 제목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하며 처음 이 책을 접했다. 표백이라 하면 아주 하얀 상태를 떠올리고는 할 것이다. 나 또한 표백이란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하얀 상태만을 떠올렸을 뿐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표백세대는 지금 2017년을 살아가는 나와 내 친구들, 선후배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로운 담론을 제기할 수조차 없는 환경은 우리 세대의 가치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우리세대는 실질적으로 어떤 사상도 완전히 새롭지 않으며, 사회가 부모나 교사를 통해 전달하는 지배 사상에 의문을 갖거나 다른 생각에 빠지는 것은 낭비일 뿐이다. 그런 시도는 기껏 잘돼봤자 기존 지배 사상이 얼마나 심오하고 빈틈없는지를 더 잘 이해하게 되는 효과만 낳는다. 이른바 표백세대에게는 지배사상은 큰 틀에서 항상 옳으며,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인마다 과정과 깊이가 다를 수는 있으나 결론은 언제나 같다. 지배사상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표백 과정이다. 아무도 더 나은 시스템을 떠올리지 못한다. 거대한 흰색 세계는 모든 빛을 흡수하며 무결점 상태를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세대는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위대한 일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세연은 그러한 고민 끝에 우리 세대는 기존의 지배 사상에 대항으로 자살이라는 방법을 통해 저항하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근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 고해도 무방한 연예인 샤이니 종현의 자살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많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자살과는 다른 개념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 세대가 겪고 있는 공통의 아픔 때문은 아니었을지 생각이 들었다. 자살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그런 상황이 너무도 슬퍼보였다. 자살을 통해서만이 우리 세대가 사회에 반항하고, 소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런 환경이 너무나도 슬프게 와 닿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런 자살선언에 대한 휘영의 생각이 어쩌면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거나,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세대에게 위안의 목소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휘영은 모든 사람이 위대한 일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잘 가꿔진 숲길을 걸을 때 거부할 수 없는 작고 소소한 기쁨을 맛보고, 좋은 음악이나 그림, 음식을 즐기는 데서 오는 즐거움은 본능적인 것이고,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만들거나 만드는 기술을 갈고 닦는 데에는 왜 우리가 그것을 해야 하는지,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애써 설명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며, 그것에 의미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아마 각자의 세대마다는 그 세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의 앞세대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고민하던 밤을 지새우던 나날이 많았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앞세대가 이루어놓은 것에 대해서, 우리 세대는 과연 앞세대처럼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업적을 이룰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자신의 본질의 대해서 고민함으로써 내면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할 수 있는 길로 이끌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의미보다는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사실자체에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끝으로 혹시나 자신의 진로와 자아에 대해서 고민하는 나의 친구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