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많이 보는 문학들이 꽤 있다. 예를 들어 잭과 콩나무, 헨젤과 그레텔 등등이다. 피터팬도 그 중 하나이다. 또한 피터팬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하였기 때문에 대중에 아주 친숙하다. 그런데 이들 중 어린 시절의 시각과 성인 시절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차이가 나는 경우가 꽤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책이 피터 팬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피터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아이돌 그룹 유키스의 노래 'Neverland' 때문이다(일렉트로닉 장르에 한정하여 케이팝의 최고 퀄리티 노래가 아닐까 생각!). 네버랜드는 작중 등장하는 섬으로, 피터팬과 후크 선장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거주하고 주요 서사가 진행되는 장소이다. 노래의 주제는 나이들지 않는, 끝나지 않는 환상의 섬 네버랜드로 초대 한다는 내용이다. 곡도 좋고, 이 주제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네버랜드에 대해 알아보고, 피터팬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그저 어린이들이 읽는 줄로만 알았던 피터 팬에는, 알아본 결과, 굉장히 잔혹한 묘사도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후크 선장의 갈고리는 피터팬이 그의 팔을 잘라 악어에게 던져주었기 때문에 장착한 것이며,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된 아이는 피터팬이 직접 죽인다는 묘사, 또한 후크 선장과 상호 간 지속적인 살의를 느끼는 피터 팬의 모습등이 그러하다. 이를 보는 어린이의 생각과 성인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이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이 가장 중심적으로 드러내는 아이의 특성은 언제나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과 순수함에 기반한 잔혹성이다. 이 두 특성을 피터 팬은 모두 가지고 있다.
먼저, 언제나 재미를 추구하는 모습은 피터 팬의 모험에서 드러난다. 그는 모험을 사랑한다. 심지어 '죽는 것도 엄청난 모험이 될 것'이라는 묘사까지 등장한다. 또한 모험이 끝나면 금세 그것을 잊는다. 그저 모험이 주는 즐거움을 좋아하는 것이다. 한편 피터팬만 그러한 것은 아니다. 다른 어린 등장인물도 모두 즐거움만을 찾는다. 예를 들어, 피터 팬이 꼬드겨 네버랜드로 데려온 웬디 일행이 서사의 마지막에 현실에서 살던 집으로 떠나게 되는데, 이 때 원래 네버랜드에 살고 있던 어린이들도 함께 떠난다. 피터 팬만은 함께하지 않는데, 아이들은 이에 슬퍼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정든 피터팬이 함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자신들을 떠나지 못하게 할까 걱정이 되어서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정이 얼마나 들었건, 다른 즐거움과 모험이 있다면 언제나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후술할 잔혹성과도 조금 연관되기는 하는데, 어찌되었건 아이들은 이토록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 우리도 이를 '어느 정도는' 닮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주위를 보면, 우울증 직전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린 시절 즐거움을 추구하던 그들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성적, 인간관계 등에 상처받고 우울함에 찌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시선도 이에 한 몫한다. 사람들은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면 '어리다'고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감정과 기분에 무뎌지는 것이 (그들의 기준으로)'어른스러운' 것이다. 나는 이에 동의 할 수 없다. 감정과 기분에 솔직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행복하다는 것은 감정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행복하다'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분명 이상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스펙을 쌓고 학점을 철저히 관리하여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이 행복한 인생의 전형이 되어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돈을 많이 받으니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고 말하지만 감정에는 무딘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텔레비전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어린 시절엔 작은 것도 상처받고 아파하였지만 나이가 드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다시 한번, 행복은 감정의 문제이다. 어른스러워지지 말자. 감정에 솔직하자. 언제나 즐거움을 갈망하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서술하도록 하겠다.
다음으로, 잔혹성이다. 피터팬에서 이 잔혹성은 놀랍게도 아이들의 순수함에 기반한다. 피터 팬은 그저 모험을 즐기기 위하여 후크 선장을 죽이려 하고, 자신이 어린 것이 좋다는 이유로 어른들을 모조리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이 재미를 느낀 후엔 금세 잊어버린다(후크 선장을 죽이는 데 성공하고 나서 시간이 지나고 그 사실조차 잊은 묘사가 등장한다). 또한 웬디 일행은 재미를 위해 네버랜드로 떠난 후 매일매일 고통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물론 마지막엔 그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만, 부모님을 놀래키려는 생각만 하지 전혀 걱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작중에는 '아이들은 재미를 위해서라면 언제나 정든 이들을 떠나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고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들은 어른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 어린이들의 잔혹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한다(이는 닮지 않아야 하기에,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어느정도' 닮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비록 그들이 의도하진 않았다는 점에서 순수하지만, 나타나는 행동은 잔혹함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나는 애들이나 보는 책을 왜 보냐는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피터 팬을 읽어 냈다. 그 결과 위의 교훈을 얻어냈다. 그 중 첫 번째인 아이들의 재미 추구는 내 생각과도 공명하는 부분이라,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노래 제목 중 '어림'을 주제로 하는 노래가 몇 있다(ex. Young Again - Hardwell, Something Just Like This - Coldplay,The Chainsmokers, Forever Young - Blackpink). 노래에서도 '어림'을 갈망하는 것이다. 어른이 되지 말자. 언제나 즐거우려 노력하자. 그게 인간으로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함을 추구하며, 즐겁지 않기 때문에 즐거우려 애써야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즐거워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