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다른 산업상, 그리고 시대상의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혁명은 기존의 1차, 2차, 3차 산업혁명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이제까지 우리 인간의 생활에 가져다주었던 변화를 모두 합친 것 이상의 변화가 도래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사회사상가 제레미 리프킨의 이 책 '한계비용 제로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의 역사부터 다가오고 있는, 아니 이미 우리 생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바람에 의한 변화에 이르는 넓은 세대에 걸친 인간 문명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이 책에서 중심 키워드로 작용하는 '공유 경제', 그 중에서도 인간 사회에서는 '커뮤니케이션 공유', 즉 의사소통을 통한 가치 공유와 이를 통한 발전된 사유의 이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정신적 가치의 공유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들은 저자인 제레미 리프킨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처럼 인간에 대한 전망을 '낙관적'이게끔, 또는 '가능성이 있게끔' 만들어준다.
대표적으로 비영리 기업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비영리 기업이란 그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으로, 이러한 정의는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했던' 기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의 공식을 완전히 깨버리며 등장했다. 인간을 자신의 이익만 추구할 줄 아는 단순히 탐욕적이고, 악랄한 존재로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는 형태의 기업이다. 그러나 이어서 등장한 '베네피트 기업'과 같은 더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은 점차 이 사회에서의 기업가 정신이 '인본화'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인간의 정신은 민감하다. 공장을 가동하고 전차에 공급할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성인 남성 노동자들은 물론 취약 계층인 여성과 아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고된 노동에 동원된 그 '희생'의 대가로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사상은 그저 구시대의 해묵은 사고 방식일 뿐이다. 위의 결과들을 만든 인간의 '권리'에 대한 자각과 이러한 생각을 주변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발전시키려는 시도는 위에서도 언급된 비영리 기업(사회적 기업), 베네피트 기업은 물론 크라우드 펀딩과 대안 화폐라는 실체가 없는 상품의 구매와 화폐의 유통이 가능하게끔 만들었다. 이 중에서 요즈음에 많이들 들어봤을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조금 더 언급해보면,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에 돈을 내고 직접 '내 손에 들어오는', 즉 실체가 있는 물건이나 자산을 구매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 등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사전에 정의되어 있는 것으로서, 즉 구매자가 동의하는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 생각을 '공유'하고 이것이 자금의 지원이라는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때, 펀딩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특정 아이디어에 '공감'하고, 이것을 널리 공유할수록 성공 가능성이 큰 것, 이것이 바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의 공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한 마디로 정리해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인간 문명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과정에서 인간성의 많은 부분이 말살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저자의 시각처럼 4차 산업혁명의 양상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 세계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은 어릴 때부터 이러한 '공유'와 '공감'의 힘을 가장 강하게 느껴온 사람들이다. 많은 이들이 비영리단체의 프로젝트나 빈곤 지역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윤리적인 책임과 도덕적인 감성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으며, 이러한 열정이 전 세계의 수많은 비영리단체와 사회적 기업등을 설립하도록 이끌었다. 책에 따르면 영리 추구형 기업들의 3대 핵심 사항은 '사람, 지구, 수익성'이라 한다. 그러나 비영리 조직들은 '수익성 이전에 사람과 지구'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이는 비단 비영리 조직에만 한정되는 모토가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의 전 인류에게 해당되는 말이며, 동시에 이들이 실제로 실천하고 있기도 한 것이다. 1차, 2차, 3차를 넘어 몇 차 산업 혁명 시대가 오고 아무리 인류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할 지라도 결국 본질은 인간 그 자체와 그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가치인 '공유, 공감'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름 아닌 인류가 처음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던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