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원>의 부제목은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생존과 번식, 행복은 진화의 산물이다.’이다. 이는 이 책이 지금까지 행복을 다룬 책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본서는 결론에서 행복에 유전이라는 요소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상당히 차가운 평을 내린다. 또한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이 행복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의 사실적인 측면을 다루었음을 밝힌다. 즉, 책은 우리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 질까라는 물음에 대한 책이 아닌, 행복은 무엇이며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일까에 초점이 맞춰진 과학적인 자료이다.
책의 제목인 <행복의 기원>은 다윈이 진화론적 입장에서 ‘행복’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루고 있는 <종의 기원>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때 행복이라는 개념을 정의 내리기에 앞서 ‘인간은 동물이다’라는 것을 우리에게 주지시킨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미 여러 학문에서 증명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인간은 자신들이 동물과 다르게 고결하고 기품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100% 동물이다’라는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과 다른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단지 진화의 산물로 지능이 높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는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에 해당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최고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하였다.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에 대한 관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한 철학자의 견해로 인해 우리는 행복을 오히려 멀게 느끼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행복은 미래에 달성해야하는 목표가 아닌 우리가 오늘도 느끼고 어제도 느끼는 일종의 감정인 것이다. 이는 저자가 몇 십년간 행복을 연구한 학자로서 행복에 대한 가치를 절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오히려 행복을 삶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 모두는 이미 살기 위해 행복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더 잘 음미할 수 있는 행복한 사람으로 거듭난다고 제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저자의 답은 바로, 동물과 마찬가지로 생존과 번식이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동물이라는 그의 제안은 매우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문명화되기 전에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있어서도 생존과 번식이 유일한 과제였다. 이러한 습관들은 여전히 우리의 본능과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있으며 이 때 행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미있다, 즐겁다, 신난다, 좋다 등의 온갖 쾌라는 감정을 포함한 행복은 너무 좋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그것을 느끼고자 한다. 이렇게 행복을 좇다 보면 생존하게 된다. 이렇듯 행복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이자 도구인 것이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내용 중 하나는 행복에 ‘유전’이 큰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다음은 본문을 인용한 것이다.
긴 시간 행복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고민을 해 보았다. 내 생각에는 두 가지다. 첫째, 행복은 객관적인 삶의 조건들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행복의 개인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것은 그가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 조금 더 구체적으로 외향성이라는 성격 특징이다.-p.98
저자가 왜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을까. ‘외향성’이 행복을 느끼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책에서 저자는 ‘외향성’을 ‘사람쟁이’로 표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는 ‘사람쟁이’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고민거리나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사람과의 관계가 행복의 한 축이라고 했을 때, 내 스트레스 해소법이 과학적으로도 어느 정도 맞는 방법인 것 같다.
책은 말미에서 한국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책에서는 한국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이에 비해 행복도는 낮은 원인으로 집단주의적 문화에 집중한다. 나아가, 저자는 북유럽 사람들이 행복도가 높은 이유는 개인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베르 카뮈에 의하면 누군가 자신을 평가한다고 느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더 긴장하고 위축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며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로써 행복도 역시 낮아진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아들러 심리학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집단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마음과 맞물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는 돈과 행복과의 관계,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이유, 로또에 당첨 되어도 행복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이유 등 다방면에서 행복을 논하며 하나의 논리로 여러 현상들을 깔끔하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본문의 온갖 과학적 연구들과 논리적 설명들로 인해 저자에게 설득당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말해, ‘인간이 동물이다’라는 명제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빈틈없는 논리에 의해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또한 인간이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는 생각을 받아들이면 행복을 좇아 악착같이 살아가던 좁은 시각으로부터 벗어나 많은 일들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행복을 하나의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경험으로 제시한 저자의 ‘행복’ 결론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는 상당한 것 같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기분 좋은 경험을 자주 할수록 ‘행복’할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가장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음식, 그리고 사람 이 두 가지이다. 즉,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이것이 행복의 원초적 모습일 것이다. 사랑하는 이와 밥 먹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위한 경험을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