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2년 전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 사건을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 대한 지지 시스템이 부족해서 발생했던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여성혐오가 전반에 깔려있는 사회에서 여성 혐오로 인해 발생한 "페미사이드"라고 생각하는가?
이 책의 저자인 윤김지영 씨는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의 교수로 저자는 "헬페미니스트"를 기존의 착한 페미니즘을 벗어나 분노하는 현대의 페미니스트들로 정의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중반까지 읽으면서도 나는 헬페미니스트라는 개념과 추구하는 바에 대해 동의하기 어려웠다. 분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반감을 얻어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것조차 어려워진 이 결과가 과연 페미니즘 운동이 추구하는 결과였던가? 하지만 저자는 이런 사람들의 불편한 반응이 헬페미니스트들의 잘못이 아니라 페미니즘 자체가 사회의 불편을 꼬집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반대로 이렇게 여성의 목소리를 불평이나 소음으로 간주하는 그 편견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 논거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예를 들어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부당함을 이야기했을 때,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해라," "흥분하지 말고 부드럽게 말해라"라는 남성들의 반응은 평범하게 만날수 있다. [...] 그러나 이런 지시를 내리는 남성은 아무런 스스럼없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심지어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판단과 행동의 준거로 정당화한다. 가정에서 권위적인 아버지가 "내가 기분이 점점 나빠지려고 하는데"라거나, 연애 관계에서 남성이 "오빠 더 이상 못 참겠는데"라며 여성에게 사과를 강요하는 경우도 흔히 겪는다.
남성들이 변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대부분의 남성들은 변하기를 두려워한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들은 어떤 식으로 가부장제가 그들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게 하고, 자기 느낌을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또 사랑하지 못하게 했는지를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위 글처럼 분명히 가부장제는 여성들보다 적은 정도이기는 하지만 남성들에게도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짚어주는 것이 남성들을 비난하거나 미러링을 하는 것보다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닐까?미러링의 역할은 젠더 이슈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데에 있었다고 본다. 이제는 생산적인 토론으로 구체적인 해결책을 같이 논의해보고, 같이 실천해가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