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다른 사람들을 배려해주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수다스러운 편이다. 사석에서는 이런 저런 얘기들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기 좋은 성격이지만, 공식적인 말하기에서는 이런 성격들로 인해 힘든 점이 많았다. 혹시 상대방이 불편할까봐 긴장을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쓸데없는 말들을 잔뜩 했고, 준비가 부족하거나 과하게 긴장하면 횡설수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내게 꼭 필요한 글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었고, 내 예감은 맞았다.
요즘 출판되는 책들에 비해, 이 책은 부담되지 않는 분량과 간결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하는 '횡설수설'의 예시를 들어놓고, 어떻게 이것을 깔끔하게 만들 수 있는지 직접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가 평소에 하던 안 좋은 말하기를 어떤 구조의 말하기로 고쳐야 할 지 명확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또한, 우리가 말하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들을 바로 잡아준다. 그리고, (나는 학생이라 아직 모르는 분야지만) 비즈니스 메일을 잘 보내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있다. 제목으로 메일의 중요도를 알리고,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인사말을 점차 줄여나가며 핵심만 간결하게 보이도록 하는 법을 알려준다. 최근 과 교수님께 메일로 연락을 드린 적이 있는데, 난 보내기 전 무척 고심하고, 결국 엄청난 길이의 인사말과 불필요한 미사여구들을 썼다. 그 점이 후회되게 만드는 책이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저자가 '텐프렙의 법칙'이라고 명명한 법칙이다. 이 법칙은 간단하다. 어떤 이야기든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서 저자가 말하는 순서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첫째로, 이야기의 큰 틀, 즉 주제(Theme)를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한다. 간단히 "오늘은 ~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라고 말하기만 해도 사람들의 이해도가 올라간다. 두서없이 세부사항들을 먼저 얘기하면 듣는 사람들은 '우리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주제를 말했으면 다음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수(Number)를 얘기해주는 것이 좋다. "포인트는 ~가지로 요약됩니다"와 같이 미리 숫자를 말해주면 듣는 사람들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기 쉬워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학창시절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이 떠올랐다. 계속해서 "마지막으로~"라고 말씀하시며 학생들을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끝나간다 싶으면 여지없이 "그리고 또 한 가지 더,"를 외치던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교장선생님이 텐프렙의 법칙을 아셨다면 교훈 세 가지만 간단하게 말씀하시고 끝났을 텐데...'하는 실없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이야기의 요점(결론, Point)을 전달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반박당할 것을 두려워해 설명 먼저 하고 결론을 말하지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결론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해도가 떨어진다고 한다.
결론을 말한 뒤에, 이런 결론이 내려진 이유, 즉 결론이 옳다고 할 수 있는 이유(Reason)를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이 결론과 이유를 보강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Example)들을 더해주면 된다.
마지막으로, 요점과 결론(Point)을 반복해서 듣는 이들의 기억에 남도록 해야 한다.
이 순서의 앞자리를 따면 T,N,P,R,E,P. 이걸 적당히 이어서 읽으면 텐프렙이 되기 때문에 저자가 텐프렙의 법칙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 법칙 덕분에 무언가를 설명할 일이 생겼을 때 더 이상 긴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인상깊었던 부분 중 하나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확실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들은 내용을 다시 말해보게 하는 방법을 추천해 준 부분이다. 흔히 설명을 해주고 나서 "알아들었지?"라고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지시사항과 다른 결과물을 받고 당황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중에 다툼이 생기지 않게 설명을 해 준 다음 확실히 이해했는지 그 자리에서 직접 재현해보게 하는 방법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외국어, 외래어 사용 줄이기, 어려운 전문용어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치환하기 등 너무 당연하고 쉽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말하기의 '꿀팁'들이 많은 책이었다. 책을 다 읽고보니 책 제목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하게 이 책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횡설수설하지 않고 정확하게 설명하는 법!" 나도 이제 말하기 천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