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땅, 유령 마을. 모두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주민이 모두 떠난 후쿠시마 마을을 부르는 이름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로 원전 20km이내 지역에 피난 명령이 내려져 사람들은 모두 피난했고 출입 통제 명령이 내려졌다. 한순간에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 되어버렸다. 언론과 여론이 쓰나미로 인해 마을 주민들이 잃어버린 집, 원전 사고로 인해 메말라 버린 땅을 걱정하며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그 누구도 남겨진 동물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제 1원자력 발전소 옆에서 계측기로 측정한 지면의 방사선량은 280마이크로시버트로 평소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약 2000배였고, 국지적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핫스팟 지역인 경계구역 내의 숲은 방사선량 40마이크로시버트, 평소 사람들이 노출되는 방사선량의 약 300배였다. 이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후쿠시마에는 언젠가 다시 돌아올 가족들을 기다리며 그곳을 지키고 있는 동물들이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 책은 강하고 솔직했으며 책을 덮는 그 순간까지 내 마음속 한 구석을 끊임없이 찔렀다. 책 속에는 무서울 만큼 사실적으로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담겨 있다. 눈이 찌푸려질 만큼 가슴 아픈 사진들도 많았다. 목숨 걸고 자신의 집과 가축들을 다른 개들로부터 지키다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개. 언젠간 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람의 출입이 없는 그곳에 홀로 남겨진 개. 너무 말라 뼈밖에 남지 않은 고양이. 목이 말라 수로에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해 죽어가는 소. 그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해 보였다. 간간히 동물을 만나러 후쿠시마로 내려오는 주인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굶어죽고, 익사하고 병들어 죽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남겨진 동물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는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많은 생명들이 구출되고 있다지만, 사람을 경계하고 이미 겁을 먹어버린 동물들은 구조가 어렵다고 한다. 또한 사고 지역 동물에 대한 피해, 구조, 살처분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구조에 더 고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재난 시 동물의 구조, 보호에 관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한다. 대피소 내에는 반려동물과의 출입이 제한되고, 경계구역 내에서 가축을 돌보는 것은 불법이다. 물론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사람이 동물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곳에 동물들이 남아있었고, 그 동물들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무려 7년 동안이나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너무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이 도래한지는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재난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방황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사고 지역 동물들도 인간과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지만 주요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다. 인간이 이기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는 순간인 것 같다. 평생을 함께 해 온 반려동물이지만 자신이 힘들 때는 잠시 뒤로 미뤄놓는다는 것이 말이다. 사람은 아프면 아프다, 슬프면 슬프다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동물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인 것 같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환경에서 고통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그 힘겨움을 인간에게 토로할 수 없는 동물들에게 애잔하면서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지금도 인간이라는 그늘에 가려 고통을 참아내고 있는 동물이 있을 것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동물들과 공생하려는 마음가짐을 확립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모든 것들을 함께 고려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