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이 책의 짧은 이야기를 담은 게시 글을 봤다. 그 짧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공감되고 우리나라의 수많은 김지영들 즉, 여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짧은 이야기는 이렇다. 고등학생인 김지영씨는 학원을 다녔다. 그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김지영씨는 남학생에게 해코지를 당할 뻔한 위험한 상황을 겪게 되었다. 그럼에도 아버지는 김지영씨를 위해주기보다 김지영씨를 나무랐다. 왜 웃음을 흘리고 다니냐고, 왜 멀리까지 학원을 다니는냐고, 치마는 왜 그렇게 짧은 것을 입었느냐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모습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예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혹자들은 섬범죄의 발생 이유에는 여성들의 부주의와 옷차림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나무라야 정상인데도 불구하고 피해를 입은 피해자를 나무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짧은 이야기를 읽은 나는 책을 펼칠 수 밖에 없었다.
책의 형식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소설의 형식으로 풀어써서 그런지 눈에 쉽게 들어와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 내가 하루 만에 이 책을 읽었으니 눈에 착착 감기는 그런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여성이 겪게 되는 여성혐오, 즉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서 바라보는 시각 때문에 생겨나는 수많은 사건을 나이별로 기술하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슈가 페미니즘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훨씬 공감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미처 이런 것도 여성혐오의 일종이구나? 라고 깨닫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남자로서의 특권. 이런 것들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 여성으로써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이 나는 건 우리엄마였다. 엄마는 나와 내 동생을 키우며 얼마나 많은 기회를 잃으시고, 얼마나 많은 날을 눈물을 흘리며 지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 동생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태어난 엄마의 아픔을 완전히 공감해줄 수 없다는 아픔도 같이 느꼈다. 엄마라서 당연하다고만 느꼈던 모성애. 그것도 사실은 우리 엄마를 옥죄고 있는 굴레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책의 해설이 나오는데 해설의 마지막에 우리 모두가 김지영이라고 해설에서는 말한다. 내 생각도 이 해설과 같다. 내가 남자라고해서 김지영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태어난 나는 나의 가정을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아직은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압박에서 벗어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단순한 것 같다. 우리시대에는 더 이상의 김지영은 없어야 할 것이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면 자연스레 남성에 목을 조이는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 또한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내 사랑스런 어머니와 여자 친구나 여동생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던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반성해본다. 나 말고 다른 남성들도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여성들은 자그마한 위로와 사회변화를 위한 큰 목소리를 얻어갔으면 하는 바람에 이 리뷰를 작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