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알게된 계기는 한 인터넷 게시글을 통해서였다. '페미니즘 입문서', 그 아래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이름이 보였다.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김지영은 누구고, 82년생이라는 수식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마침 여성주의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독서 모임에서 함께 읽어보고 싶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의 내용은 '여성'이라는 명분으로 사회에서 받아온 비합리적 처우에 미쳐버린 82년생 김지영의 삶이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이다. 매우 비참하고 참담했다. 비참하다고 생각한 것은 김지영의 삶에서 우리 엄마의 삶이 보였기 때문이고 참담하다고 하는 것은 아무말 않고 살아가다보면 내 삶이 김지영의 삶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결국, 나도 수많은 대한민국의 김지영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스무 해를 겨우 넘게 사는 동안, 그 동안 나는 몇 번, 몇 십번의 김지영이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김지영이 안될 것이라는 것을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주위 동기들,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얼마나 많은 김지영들이 더 있을까라는 걱정은 나를 답답하게 했다.
이 책에서 꼬집는, 고발하고자 하는 문제는 안타깝게도, 혹은 다행이게도 앞으로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이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어느 한 쪽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 그 끝에 행복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실에서 실제적인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인식하고, 불편하게 보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결코 바뀔 수 없으니 말이다.
내 주변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책을 몇 권 더 구입해 나눠주었다. 처음 책을 나눈 사람은 엄마였는데, 엄마에게 이 책을 권하기 까지 많은 고민을 해야했다. 엄마의 가슴을, 삶을 후벼파는 이 책이 엄마에게 상처만을 남길 것 같아서. 그래도, 앞으로의 엄마의 삶, 아니 한 사람의 삶을 위해서는 책을 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아직 책을 읽은 엄마의 반응을 보지는 못했지만, 아무 감정 없이 덤덤하게 지켜보지는 못할 것 같다.
책을 읽고 마음이 아프거나, 여운이 남으면 '감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처럼 읽고 나서 아픈 책은, 앞으로 안나왔으면 좋겠다. 설령 이런 책을 읽어도 현재와는 동떨어지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