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 트레이너의 안락사로 그와 이별을 하게 된 루이자의 사랑 이야기를 너무나도 인상 깊게 읽었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거의 일주일 동안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었다. 그 여운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중에 미 비포 유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문구가 적힌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도서관에서 그 책을 꺼내들어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애프터 유’였다. 처음엔 조금 답답했다. 윌이 루이자에게 남긴 유산과 편지를 통해 남긴 말, 이 두 가지를 받은 루이자가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과 돈을, 꿈을 이루는데 사용하지 못하고 윌의 죽음 때문에 방황하는 것이 매우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루이자의 행동이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초반에는 미 비포 유를 읽으면서 느꼈던 사랑의 위대함에 약간 회의감이 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릴리의 출현으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되었다. 윌의 가장 생생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친딸 릴리는 루이자가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되었다. 윌이 남긴 유산 중 일부로 매입한 집에 이사를 온 이후 전혀 풀지 않았던 짐들을 풀어 정리하고, 일부로 깊숙이 숨겨놓았던 윌과 관련된 물건들을 다시 꺼내보고, 음식을 제대로 해먹고, 윌의 죽음 이후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했던 윌의 저택에 릴리를 위해 방문하기도 하는 등 릴리의 출현은 루이자를 삶으로 다시 돌아오게 했다. 윌에 대한 사랑이 루이자를 잠시 동안 방황하게 했지만, 그 사랑이 윌의 친딸을 보살피도록 노력하게 한 것이기도 하다. 루이자의 릴리를 향한 사랑을 깨닫고 사랑의 위대함에 대해 가졌던 회의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미 비포 유에서는 작가가 독자들에게 장애인과 미혼모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해주었다면, 애프터 유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있는 어른들의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남성의 성기를 물고 있는 사진으로 협박을 당하고 있던 릴리를 도와줄 듯이 행동하다가 돌변하는 릴리의 새아빠의 직장 동료의 행동은 경악을 금치 못할 부분이었다. 자신의 지위와 릴리의 다급한 상황을 악용하는 모습은 요즘 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성폭력 사건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건들을 뉴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표현하게 된 현실 자체가 너무나도 슬프고 답답하다. 또한, 윌과 헤어지고 릴리를 출산한 이후, 새로운 가정을 꾸린 릴리의 친엄마가 릴리에게 보이는 태도들에서는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책임함을 보았다. 친엄마가 데려온 애인과 친해진 어린 릴리에게 애인과 헤어진 이후에는 그를 잊어버리도록 하고, 자신의 환경을 불우하다고 생각하는 릴리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생각과 논리로 해결하려고 하는 등 여러 부분들에서 그렇게 느껴졌다. 릴리의 친엄마의 행동들 하나하나를 어른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논리적으로 이해가 아예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엄마와 딸이라는 특별한 어른과 청소년의 관계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 친엄마가 역지사지의 태도를 조금만 가졌더라면 릴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