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외국 책을 읽기를 희망했던 것이 1년 전부터였다. 고등학교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으로, 우리 현대 사회의 내면과 내적 갈등을 액자 식 구성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내가 충분히 흥미를 가질 거라
하셨다. 입시 준비와 1학년 1학기 대학생활로 읽을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다가 오거서 책 소풍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읽고 싶은 책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는 기쁨과 설렘 때문이었는지 첫 소절부터 멈추지 않고 읽어 하루 만에 이
책을 정독하게 되었다. 아직까지도 이 책의 여운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소설은 주인공 Daniel이
아빠 손에 이끌려 Cemetery of Forgotten Books라는 곳으로 걸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도입부의 배경을 스페인 내전이 끝난 직후와 춥고 축축한 새벽이란 점을 강조해서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처음 이 비밀스런 장소의 이름이 나왔을 때 현실감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Daniel의 아빠의 설명으로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설득 당했다. 스토리
구성상 전통적으로 그곳에 들어온 사람은 책 한 권을 고를 수 있고 그 책을 평생 간직하고 숨기는 일종의 보호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하여 Daniel은
Julian Carax의 The Shadow of the Wind라는 책을 고르게 되고
그 책을 읽음으로써 2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Daniel이 그 책을 읽으며 그 책의 저자인
Carax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이고 두 번째는 그 과정을 이야기 안의 또 다른 이야기로 풀어서
Carax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러한 전개 방식이 많이 생소하기에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헷갈리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내용이 Daniel의 이야기인지 Carax의 이야기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기에
조금 더 집중해서 읽어야 했으며 수시로 앞장으로 넘겨서 기억을 상기시켜야 했다.
아직까지도 궁금증으로 남는 부분은 Daniel의 아빠이다. 그에 대해선 소설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는다. 그는 도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Cemetery of Forgotten Books를 알게 되었고 그곳을 관리하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조금의 아쉬운 점이라면 이야기가 가장 고조되는 부분이다. Carax의
주변인물관계도가 어느 정도 형성되고 그의 가족이 소개되는 부분이 조금 성급하게 다뤄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Carax의 부재 동안 그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이 그가 펜을 잡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독자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이는 마치 스포일러를 당한 상태에서 책을 마저 읽어야 되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이
사건 후의 일을 빠르게 전개하던가 생략하는 방법이 독자들로 하여금 흥미를 잃지 않고 몰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끝으로 이 소설을 읽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로 소설 속에서는 책을 목숨 바쳐 지키려 하는데 현실에선 사람들이 더 이상 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 그 당시 전쟁과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 사회가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과 Carax와 우리와 같은 힘없는 약자들은 부정당한 사회에 소극적 대응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하며 괜히 씁쓸해졌다. Carax가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Daniel이 책을 지켜낸 것처럼 우리도 더 이상 빼앗기는 것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말고 중요시 여기는 것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The Shadow of the Wind의 신선한 전개 방식과 이야기 내용이
가장 인상적으로 와닿았으며 읽는 내내 긴장감 때문에 가슴을 조리던 게 결말에서 해소되어 나도 모를 성취감마저 들었다. 원작이 스페인어로 쓰였기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되어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된다면 꼭 한번 원본으로 정독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