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성인이 됐다. 평생의 숙원 사업처럼 여겨졌던 대입을 마치고, 고등학교 졸업을 하니 어느새 내 나이 스무 살, 성인이 되어 있었다. 아직 수능 공부 빼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서툴고 미숙한 나인데, 어느덧 사회에 나갈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갓 '성인'이 되어, 그동안은 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들을 하며, 스스로가 한층 더 성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내 나이 스물 한 살. 벌써 성인 2년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에 서툴고, 부족함이 많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사람이 되고 싶기에, 이번 방학만큼은 나보다 오래 산 인생 선배님들의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러하다 만난 책이 바로 이 책, TV 특강쇼로 더 잘 알려진 <어쩌다 어른>이다.
나는 평상시 인문학을 좋아한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문이과 선택을 앞두고 엄청난 고민에 빠졌을만큼, 다양한 각도로 사회 현상과 삶을 바라보는 것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과학적인 이야기들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딱 그랬다. 심리학, 뇌과학, 역사, 통계물리학, 기생충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이 연구한 바 혹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낀 점들을, 살아가면서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가치들과 관련시켜 설명한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행복에 관해서이다. 2018년, 스무 살의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그동안 공부만 하느라 하지 못했던, 그러나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금씩 이뤄나갔다. 새내기 생활,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의 단독 콘서트 관람, 좋아하던 오빠와의 썸, 스스로 돈을 모아 친구들과 떠난 대만 자유 여행 등이 그랬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더욱 신기하고 행복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행복이 사실 생물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이었다. 행복의 크기를 잴 수는 없지만, 사람들은 100의 행복을 1번 느끼는 것보다, 10의행복을 10번 느끼는 것을 더욱 행복하게 느낀다고 했다. 그래서 소소하지만,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 것이고, 우리 뇌는 이러한 것들을 의미있다고 여겨 머릿속에 기억하는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 대입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 과정을 넘다 보니, 삶은 단순히 학력 말고도 추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 관계, 여행, 종교, 취미 생활, 경제적 관리 등 배워야 할 것도, 직접 보고 배우면 느껴야 할 것도 정말 많다. 그리고 하나씩 조금씩 배워가는 나는, 오랜 과업이었던 서울대 통계학과와 성대 의대 합격을 이룬 고3 겨울의 그 날보다,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단언코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올해는 작년만큼 모든 것이 새롭진 않겠지만, 행복할 날들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것임을 믿는다.
다음으로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이다.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도 스스로는 자신만의 결점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내가 느끼기에는 결점 투성이이다. 덜렁대기도 하고, 기억력도 좋지 않고, 딱히 유난히 잘하는 것 하나 없으니까. 하지만 사람은 제1의 자아와 제2의 자아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추구하는 명성, 꿈, 부귀 영화 등이 제2의 자아라면, 제1의 자아는 조서희라는 나 스스로 그 자체이다. 제2의 자아와 제1의 자아가 서로 협업을 이루어야 내가 더욱 행복할 수 있다. 누군가의 시선을 신경쓰기 보다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욱 알아가야겠다. 우리 모두는 존재 자체만으로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나 역시 존재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니까. 새해에는 얼마 남지 않은 예과 기간 동안 스스로를 발전시키면서, 내 자신을 더욱 알아가도록 힘써야겠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 의열단원으로서 일본의 왕을 암살하려고 시도하시다가 돌아가신 이봉창 선생님을 다시금 알게 되었다. 선생님은 사실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오래 하여, 일본어에 능숙하고 한국어에 서투셔서 밀정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에 머물면서 조선인으로서 차별 대우를 받아 독립을 위해 힘쓸 것을 다짐하셨다고 한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그동안의 사상과 가치를 뒤엎을만한 한 번의 계기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사람마다, 그리고 각 분야마다 달라짐의 계기가 언제 오느냐의 차이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 것은 중3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다. 선생님의 말씀을 모토로 학업에 매진한 나는 그 학기 전과목 전교1등을 찍고, 그 이후에 모범생으로서의 시기를 보냈다. 공부만 하다보니 고1 때 내 곁에 진정한 친구가 있지 않는 것 같아 외로웠다. 그래서 고2부터는 수업 시간이나 자습 시간 이외에는 친구들과 놀면서 우정을 많이 쌓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항상 다른 사람 속에서의 나를 형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도 많이 어리고, 부족하여 여러 분야에서의 나의 삶을 뒤엎을 결정적인 계기는 오지 않았지만, 조금씩 다양한 경험을 하며 나이뿐만 아니라 정신이 한층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누구나 어쩌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지만, 어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생각하고, 조금 더 넘어져도 일어설 수 있는 어른이 된 나를 기대해본다.